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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앞으로 어디서 살게 될까

by 타닥타닥하우스 2025. 4. 21.

주거는 언제나 시대의 거울이었다. 시대가 변하면 삶이 달라지고, 삶이 바뀌면 거주 방식도 달라졌다. 그 흐름은 멈추지 않고 지금도 빠르게 움직이는 중이다. 인구 구조가 변화하고 기술이 발전하며, 환경에 대한 인식도 깊어지고 있다. 집은 더 이상 단순한 쉼터가 아니다. 일하고, 휴식하고, 교류하는 모든 활동의 중심이자, 개개인의 가치관을 담아내는 공간이 되었다. 특히 1인 가구의 증가, 고령화, 탈도시화 등 다양한 사회적 요인들은 과거에는 상상하기 어려웠던 새로운 주거 형태들을 만들어내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단지 공간의 구조를 바꾸는 데 그치지 않고, 인간의 삶 자체를 새롭게 정의하려는 시도로 이어지고 있다. 그렇다면 앞으로 우리는 어디서, 어떻게 살아가게 될까? 미래의 주거는 어떤 모습으로 진화해 있을까? 이 글에서는 다가올 시대를 준비하는 다양한 주거 시나리오를 통해, 그 가능성과 방향을 함께 그려보고자 한다.

 

우리는 앞으로 어디서 살게 될까
우리는 앞으로 어디서 살게 될까

 

도시에서의 압축된 삶: 초고밀도 수직 도시

 

지속적인 도시 인구 집중과 토지 자원의 한계는 수직화된 주거 형태를 더욱 자극하고 있다. 이미 세계 곳곳에서는 초고층 주거 단지가 도시의 스카이라인을 대체하고 있으며, 하나의 건물 안에서 주거, 업무, 쇼핑, 문화생활이 모두 가능한 ‘버티컬 시티(Vertical City)’ 개념이 점점 현실화되고 있다. 한국에서도 서울을 중심으로 50층 이상 초고층 주상복합 건물들이 일상이 되었고, 앞으로는 더 복합적이고 자족적인 형태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도시 내 이동 시간이 줄어드는 것은 물론, 거주지에서 출발해 건물 내에서 대부분의 일상을 처리할 수 있는 구조는 삶의 효율성을 극대화한다. 이와 함께 ‘하이퍼로컬’ 개념이 강조되면서, 생활 반경이 건물 안으로 압축되는 경향이 생기고 있다. 사람들은 먼 곳으로 이동하기보다, 자신이 속한 수직 공간 내에서 삶의 대부분을 해결하게 될 것이다. 이는 에너지 절감과 환경적 지속가능성 측면에서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하지만 물리적 밀집이 정신적 고립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어, 커뮤니티 설계와 정서적 연결을 고려한 구조가 함께 논의되어야 한다. 공간의 고도화만큼이나, 사람 간의 연결을 설계하는 것이 중요해지고 있다.

 

자연과 연결된 삶: 로컬·분산형 자족 주거지

 

기술이 발달하면서 꼭 도심에 머물 필요가 없어졌다. 리모트 워크와 디지털 기반의 직업 구조는 도심 외곽 또는 시골 지역에서도 경제활동을 가능하게 만들었다. 이에 따라 자연과 가까운 곳에서 자족적으로 살아가는 ‘분산형 주거지’가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태양광, 빗물 재활용, 음식물 퇴비화 등으로 외부 자원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는 친환경 시스템을 갖춘 집들이 늘어나고 있으며, 공동체 기반의 소규모 에코 빌리지나 어반 팜하우스도 등장하고 있다. 특히 환경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며, 지속가능성과 자연 친화성을 중시하는 주거 방식은 더욱 힘을 얻게 될 것이다. 이는 단순한 주거의 변화가 아니라, 삶의 철학이 반영된 공간 구성의 흐름이라 할 수 있다. 도시 생활의 속도감보다는 자연의 리듬에 맞춰 살아가려는 이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또한 이러한 방식은 지역 경제의 자립성을 높이고, 공동체 기반의 새로운 사회 구조를 실험하는 장이 될 수 있다. 단순한 이동이 아닌 ‘삶의 방식의 이동’이란 점에서, 분산형 주거는 현대인의 새로운 선택지가 되어가고 있다.

 

가상과 현실이 결합된 주거 공간

 

4차 산업혁명과 함께 주거 공간도 가상과 물리 세계가 혼합되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 스마트홈 기술은 이미 널리 확산되어 조명, 온도, 보안, 가전 등을 원격으로 제어할 수 있는 수준에 이르렀으며, 앞으로는 인공지능 기반의 ‘맞춤형 주거 공간’이 일반화될 것이다. 예를 들어, 거주자의 생체 신호나 감정 상태를 인식해 공간의 분위기를 자동으로 조정하는 시스템, 혼합현실(MR)을 통해 가상의 벽지를 교체하거나 디지털 창문으로 바깥 풍경을 바꾸는 방식 등이 가능해질 것이다. 이로써 거주자는 하나의 고정된 공간에서 다양한 형태의 생활을 경험할 수 있고, 좁은 공간에서도 감각적 확장을 통해 심리적 여유를 확보할 수 있다. 또한 메타버스 기술과의 결합으로, 실제 거주지와 연동되는 디지털 공간이 형성되며 새로운 형태의 소셜 주거가 등장할 가능성도 높다. 미래에는 물리적인 집뿐만 아니라, 나만의 ‘디지털 집’을 동시에 운영하며 현실과 가상공간을 오가며 생활하는 모습이 일상화될 수 있다. 이런 흐름은 주거의 개념 자체를 완전히 새롭게 정의할 수 있는 출발점이 될 것이다.

 

고정된 장소에 얽매이지 않고 살아가는 이들이 늘어남에 따라, 이동 가능한 주거 형태에 대한 수요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캠핑카, 이동식 주택, 컨테이너 하우스는 물론이고, 앞으로는 고속 철도망과 연계된 이동 주거 단지나 자율주행 기반의 ‘움직이는 집’ 개념도 실현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러한 주거 형태는 특히 디지털 노마드 세대에게 매력적으로 다가가며, 공간과 시간을 유동적으로 활용하는 삶을 가능하게 해 준다. 단지 일시적인 트렌드가 아니라, 삶의 유연성을 중시하는 새로운 가치관이 반영된 주거 모델이다. 또한 자연재해나 환경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미래 지향적인 형태로 주목받는다.

 

지금까지 미래 주거의 다양한 시나리오를 살펴보았다. 수직화, 분산화, 가상현실, 이동성 등 그 방향은 다르지만 공통점이 있다면, ‘삶의 방식에 맞춘 유연한 공간’이라는 점이다. 이제 주거는 정적인 형태가 아니라, 거주자의 삶을 끊임없이 반영하고 조율하는 살아있는 시스템이 되어가고 있다. 전통적인 주거 개념이 해체되고, 각자의 생활 방식에 최적화된 맞춤형 공간이 주류로 자리 잡을 것이다. 앞으로의 주거는 단순히 벽과 지붕을 갖춘 집이 아니라, 경험과 감정, 연결과 자율성을 담아내는 총체적 삶의 무대가 된다. 결국 우리가 어디서 살게 될지는 기술과 사회 구조의 변화뿐 아니라, 우리가 어떤 삶을 살고 싶은가에 대한 질문에 달려 있다. 그 답을 함께 모색하는 지금 이 순간이, 어쩌면 미래 주거의 출발점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