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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어하우스: 혼자이면서 함께 사는 새로운 방식

by 타닥타닥하우스 2025. 4. 16.

도시의 삶이 점점 더 고립되고, 개인화되면서도 역설적으로 사람들은 ‘적당한 연결’을 원하기 시작했다. 특히 1인 가구가 늘어난 사회에서 ‘혼자 사는 외로움’과 ‘함께 사는 불편함’ 사이의 절묘한 타협점이 필요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셰어하우스라는 주거 형태가 하나의 대안으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외국에서는 오래전부터 존재했던 방식이지만, 한국에서는 최근 들어 본격적으로 확산되며 다양한 실험이 이어지고 있다. 

 

셰어하우스: 혼자이면서 함께 사는 새로운 방식
셰어하우스: 혼자이면서 함께 사는 새로운 방식

 

1인 가구의 시대, 고립과 연결의 갈림길에서

 

한국의 1인 가구 비율은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전체 가구의 31.7%가 1인 가구였고, 이 수치는 앞으로도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혼자 산다는 것이 곧 ‘자유’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특히 경제적 부담, 사회적 고립, 정신적 외로움은 1인 가구가 안고 있는 대표적인 문제다. 주거비는 꾸준히 상승하고 있고, 도심 속 소형 주택의 임대료는 청년층의 수입을 넘어서기 일쑤다. 좁은 공간에 홀로 머물러야 하는 현실은 정신적인 피로도와 외로움을 더욱 심화시킨다. 이러한 문제는 단순히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 전반의 리스크로도 이어질 수 있다. 셰어하우스는 이 같은 고민에 대한 실용적인 해답으로 등장했다. 단순히 비용을 아끼는 것이 아니라, 공동체적 감각과 정서적 교류를 추구하는 방식이다. 이는 특히 MZ세대와 같은 젊은 세대에게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그들은 사적인 공간을 보장받으면서도, 필요할 때 함께 소통할 수 있는 커뮤니티를 원한다. 셰어하우스는 그런 욕구에 놀라울 정도로 자연스럽게 부합하고 있다. 집이라는 물리적 공간 안에서 인간관계의 새로운 패턴을 실험할 수 있다는 점은 주거를 넘어서 라이프스타일의 한 형태로 자리잡고 있다.

 

한국형 셰어하우스, 어떻게 자리잡았나

 

셰어하우스는 일본이나 유럽처럼 오래된 주택 활용이나 공동체 문화에서 뿌리를 두고 발전해왔다. 하지만 한국에서의 셰어하우스는 다소 다른 경로를 걸어왔다. 처음에는 주거비 절감을 위한 수단으로, 서울의 청년 밀집 지역인 홍대, 성수, 합정, 신촌 등을 중심으로 등장했다. 이후 사회적 기업이나 스타트업들이 셰어하우스 사업에 뛰어들며 본격적으로 체계화되기 시작했다. 초기에는 단순히 방을 나누는 형태에 불과했지만, 점차 입주자 맞춤형 콘텐츠와 커뮤니티 프로그램이 결합되면서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는 공간으로 진화했다. ‘커먼타운’, ‘쉐어원’, ‘우주(WOOZOO)’ 등 다양한 브랜드가 등장하며 각각의 성격에 맞는 셰어하우스를 기획했다. 예술가, 스타트업 종사자, 외국인 유학생 등을 타깃으로 특화된 주거 공간이 생겨났고, 이들 기업은 단순한 임대 사업자가 아니라 거주 문화를 디자인하는 기획자로 변화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셰어하우스는 단지 주거 공간을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 사이의 연결을 기획하는 구조로 진화했다. 특히 비대면 시대가 되며 온라인 기반의 커뮤니티 운영이나 방역 중심 설계, 생활 습관 공유 프로그램 등도 새로운 흐름으로 자리 잡고 있다. 셰어하우스는 이제 더 이상 실험적인 선택이 아니라, 정착 가능성을 가진 도시 주거 방식으로 성장 중이다.

 

함께 사는 삶, 그 안에서 피어나는 일상

 

셰어하우스를 실제로 경험한 사람들은 가장 큰 장점으로 ‘예상하지 못한 일상 속 교류’를 꼽는다. 아침에 주방에서 우연히 만난 룸메이트와의 대화, 거실에서 함께 나누는 영화 한 편, 주말에 즉흥적으로 이루어지는 요리 모임이나 맥주 파티 등이 그것이다. 이러한 순간들은 혼자 사는 집에서는 결코 얻을 수 없는 경험이다. 물론 갈등의 여지도 있다. 생활 패턴이 다르거나 공용 공간 사용에 대한 이견으로 다툼이 생기기도 한다. 하지만 운영진의 개입과 정기적인 커뮤니티 미팅, 명확한 규칙 설정 등을 통해 이러한 문제를 최소화하려는 노력도 이어지고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선택의 자유’다. 셰어하우스는 공공임대처럼 강제된 공동생활이 아니라, 원하는 사람이 자발적으로 모여 사는 구조이기 때문에 비교적 긍정적인 에너지가 더 강하게 작용한다. 거주자들은 종종 이 공간을 ‘집’이 아닌 ‘작은 사회’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서로 다른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살아가는 경험은 자연스럽게 타인을 이해하고 수용하는 훈련으로 이어진다.

 

셰어하우스는 이제 일시적인 유행이 아니라 하나의 주거 방식으로 인식되고 있다. 특히 전통적인 가족 중심 주거 구조가 변화하면서, 새로운 형태의 공동체가 필요한 시대에 접어들었다. 게다가 1인 가구의 경제적 한계와 청년층의 사회적 단절 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가능성을 지닌 주거 방식이기도 하다. 하지만 셰어하우스가 안정적인 대안이 되기 위해서는 몇 가지 과제가 있다. 우선 관련 법률과 제도의 미비로 인해 ‘주택임대사업자’로 등록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로 인해 보증금 보호, 임대료 제한 등에서 법적 사각지대에 놓일 수 있다. 또한 상업화되면서 셰어하우스의 ‘공동체성’보다는 ‘수익성’이 우선되는 경우도 있다. 따라서 셰어하우스가 건강한 주거 형태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공공과 민간이 함께 주거의 질을 높이는 방향으로 고민해야 한다. 정부의 제도적 지원, 주택 리모델링에 대한 인센티브, 입주자의 권리 보호 장치 등이 함께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셰어하우스는 단지 방 몇 개를 나누어 쓰는 공간이 아니다. 이는 새로운 관계의 실험이며, 혼자이면서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고민한 결과물이다. 특히 주거의 본질이 단순한 ‘쉼터’를 넘어서 ‘경험의 공간’으로 확장되고 있는 시대에 셰어하우스는 적절한 해답 중 하나일 수 있다. 누구와 살아가느냐, 어떤 방식으로 살아가느냐는 이제 주거의 핵심이 되었다. 그런 의미에서 셰어하우스는 단순한 선택이 아니라, 더 나은 도시생활을 위한 하나의 진지한 시도다. 물론 모든 이에게 맞는 형태는 아닐 수 있다. 하지만 적어도 고립된 일상에서 벗어나 타인과 연결되는 경험을 원하는 사람들에게 셰어하우스는 분명 가치 있는 대안이 될 수 있다. 앞으로의 주거는 물리적 공간을 넘어 관계와 감정, 경험이 설계되는 영역으로 확장될 것이다. 셰어하우스는 그 가능성을 가장 먼저 보여주는 사례 중 하나다. 이 실험은 아직 끝나지 않았고, 오히려 지금부터가 진짜 시작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