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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텔은 아파트인가, 오피스텔인가?

by 타닥타닥하우스 2025. 4. 16.

도시의 풍경은 끊임없이 진화하고 있다. 그 중심에는 언제나 ‘사람이 사는 공간’—즉, 주거의 변화가 존재한다. 특히 2000년대 이후 급격히 늘어난 ‘아파텔’은 아파트와 오피스텔의 경계를 모호하게 만든 새로운 주거 유형으로, 부동산 시장뿐 아니라 도시인의 라이프스타일에도 깊은 영향을 끼치고 있다. 이름부터 혼합된 이 독특한 주거 형태는 과연 아파트인가, 오피스텔인가? 혹은 둘 다일 수도, 둘 다 아닐 수도 있다. 이 글에서는 아파텔이 등장하게 된 배경부터, 법적 지위, 실제 거주자의 체감, 그리고 이 주거 형태가 도시 구조에 미치는 파장까지 다각도로 조명해 본다. 혼란스러운 규정과 소비자의 기대 사이에서, 우리는 어떤 주거 선택을 해야 할까?

 

아파텔은 아파트인가, 오피스텔인가?
아파텔은 아파트인가, 오피스텔인가?

 

아파텔의 탄생, 수요가 만든 주거의 혼종


아파텔은 ‘아파트’와 ‘오피스텔’의 경계를 잇는 신종 주거 형태로, 도시 주거 문제의 현실적 대안으로 떠올랐다. 2000년대 초반,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대도시에서 1인 가구와 신혼부부, 직장인을 중심으로 소형 주거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개발업자들은 새로운 유형의 공간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일반 아파트를 짓는 데에는 각종 규제가 많고, 허가 및 용도 변경에 따른 행정 절차가 까다로웠기에, 이들은 ‘업무시설’로 분류되는 오피스텔을 활용해 주거 목적의 공간을 제공하려는 우회적 해법을 내놓는다. 초반엔 단순히 오피스텔 구조에 간이 주거 기능을 얹는 수준이었지만, 이후에는 아예 아파트 못지않은 설계와 옵션을 포함해 ‘주거 목적’이 중심이 된 공간으로 변화한다. 고급 마감재와 발코니, 붙박이장과 같은 편의 시설까지 제공되면서 아파텔은 ‘겉보기에는 아파트, 법적으로는 오피스텔’이라는 독특한 하이브리드 주거 공간으로 자리 잡았다. 특히 건설사 입장에서도 아파트 대비 낮은 규제로 더 빠르게 공급할 수 있고, 소비자 역시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도시 중심지에서 생활할 수 있다는 장점이 맞물려 빠르게 확산됐다. 수요자와 공급자 모두의 이해가 일치한 결과물이 바로 아파텔이었던 셈이다.

 

법적으로는 오피스텔, 실질적으로는 아파트?

 

아파텔은 건축법상 업무시설로 분류된다. 이는 곧 주택법의 제약을 받지 않음을 의미하며, 건설사와 시행사에게는 훨씬 자유로운 설계와 분양 방식이 허용된다. 대표적으로 주차장 확보 비율, 단지 내 녹지율, 커뮤니티 시설 설치 기준 등이 아파트보다 훨씬 완화되어 있어 건설 비용이 적게 들고 수익성도 높은 편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대부분 주거 목적으로 사용되면서 ‘편법적 주택공급’이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또한 오피스텔은 주택 수에 포함되지 않아 다주택자 규제를 회피할 수 있었던 시기도 있었지만, 정부는 이를 투기 수단으로 악용하는 사례를 줄이기 위해 점차 관련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1가구 2주택 여부, 보유세 부과 기준 등에서 아파텔은 이제 사실상 ‘주거시설’로 간주되기도 하며, 관련 법령이 해마다 개정되고 있어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결과적으로 아파텔은 규제 회피의 수단이 아니라, 현실 속에서 제도와 삶의 요구가 충돌한 결과물이다. 특히 정부 정책이 일관되지 못할 경우, 소비자 혼란이 커지고 신축 공급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기에 앞으로 제도 정비가 더욱 필요하다. 결국 아파텔은 법적으로 오피스텔이지만, 실질적으로는 아파트에 가까운 삶의 형태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정체성의 딜레마’를 안고 있는 셈이다.

 

거주자의 시선에서 본 아파텔의 장단점


아파텔을 실제로 거주 공간으로 삼은 사람들의 평가는 복합적이다. 긍정적인 면으로는 입지와 설계를 꼽는다. 대부분 도심 역세권에 위치해 출퇴근이 편리하며, 신축 아파트 못지않은 내부 구조와 인테리어를 자랑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풀옵션 형태로 제공되는 아파텔은 초기 입주 비용이 적게 들어 젊은 직장인이나 신혼부부에게 인기가 높다. 하지만 단점도 분명하다. 낮은 층고로 인해 개방감이 떨어지고, 층간소음이나 방음 문제가 심각한 단지도 많다. 주차 공간이 부족하거나 단지 내 커뮤니티 시설이 미비한 경우도 많아, 아파트 생활에 익숙한 사람들에게는 불편하게 느껴질 수 있다. 또한 관리비가 비교적 높은 편이고, 전용면적 대비 실거주 공간이 작아 장기 거주보다는 단기 임대나 투자 목적으로 활용되는 경우가 많다. 요컨대, 아파텔은 ‘살기에는 괜찮지만 오래 살 공간은 아니다’라는 인식이 여전히 강하다. 이는 아파텔이 완성형 주거가 아닌, 수요자 맞춤형 ‘타협의 산물’ 임을 보여주는 단면이다.

 

아파텔은 단순한 주거 형태를 넘어, 도시 계획과 부동산 시장의 패러다임에도 변화를 불러왔다. 고층 고밀도의 개발은 도시의 스카이라인을 바꾸고, 인근 지역의 생활 인프라와 교통 체계에도 영향을 미친다. 특히 동일 지역 내 아파트와 아파텔이 혼재되면서 지역 간 ‘주거 양극화’ 현상이나 사회적 갈등을 유발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파텔은 공급 유연성과 비용 효율성 면에서 현실적인 대안이 되기도 한다. 최근에는 ‘레지던스’라는 이름으로 고급화된 아파텔 형태가 늘어나고 있으며, 호텔식 관리 시스템과 첨단 편의시설을 도입해 차별화 전략을 펼치고 있다. 이러한 흐름은 단순한 주거 공간을 넘어서 ‘삶의 방식’ 전반을 설계하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앞으로 아파텔이 어떤 형태로 자리잡을지는 정책의 방향성과 시장의 요구, 소비자의 선택에 달려 있다. 정체성은 모호하지만, 그만큼 변화 가능성도 크다는 점이 아파텔의 아이러니다.

 

아파텔은 아파트도, 오피스텔도 아닌 중간 지점에 존재하는 주거 형태로, 빠르게 변화하는 도시 구조와 주거 수요의 틈새를 메우며 성장해왔다. 주거와 업무, 투자와 실거주의 경계가 무너지고 있는 지금, 아파텔은 그 자체로 시대의 흐름을 상징한다. 그러나 이 혼종성은 때로 법적 혼란과 사회적 논란을 낳기도 한다. 그렇기에 제도는 이를 명확히 규정하고, 소비자는 정확한 정보와 기대치를 갖고 접근할 필요가 있다. 아파텔은 완벽한 주거 대안은 아닐 수 있다. 그러나 비싼 아파트, 부족한 임대 주택 사이에서 현실적 선택지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분명 의미 있는 공간이다. 도시는 앞으로도 다양한 주거 형태를 필요로 할 것이며, 아파텔은 그 변화의 중심에서 ‘무엇을 위한 집인가’를 다시 질문하게 만드는 공간이다. 완결된 해답이 아닌 실험적 진화의 단계에 있는 아파텔, 그 정체성과 가치에 대한 논의는 이제 시작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