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대는 한국의 주거문화가 다시 한번 큰 전환점을 맞이하던 시기였다. 이미 전국 곳곳에 아파트가 자리 잡고 있었고, 신도시 개발로 인해 ‘표준화된 주거’가 일상 속에 깊숙이 들어와 있었다. 모두가 비슷한 구조의 집에서 살고, 비슷한 평수와 배치 속에서 일상을 보내는 동안 사람들 사이에서는 점차 ‘내 삶을 담을 수 있는 집’에 대한 갈증이 생겨났다. 단순히 잠을 자고 쉬는 공간이 아니라, 라이프스타일을 표현하고 창의적인 생활을 꾸려갈 수 있는 집을 원하는 사람들이 늘어난 것이다. 이처럼 다양성을 향한 욕구가 확산되던 시기에 등장한 것이 바로 복층 구조였다. 수평적 공간 안에서 위로 확장되는 구조는 물리적인 면적보다 더 넓고 입체적인 경험을 가능하게 했고, 기존의 획일화된 주거 틀을 깨고자 했던 실험적 시도로 받아들여졌다. 복층 구조의 유행은 단순한 유행이 아닌, 사람들의 ‘공간을 보는 방식’이 달라지고 있음을 보여준 상징이었다.
복층 구조의 시작, 외국에서 들어온 이국적 매력
복층 구조는 원래 고급 펜트하우스나 유럽식 주거에서 볼 수 있던 양식이었다. 국내에서는 2000년대 초반, 도심 재개발과 주상복합 아파트의 유행 속에서 일부 프리미엄 주택에 도입되기 시작했다. 특히 천장이 높고 다락방 같은 공간이 있는 구조는 기존의 납작한 평면 구조에 익숙한 사람들에게 신선하게 다가왔다. 복층 구조의 도입은 공간의 위계를 만들고, 생활공간과 휴식 공간을 분리하는 데에도 효과적이어서, ‘수직적 공간 활용’이라는 키워드가 주거 디자인의 새로운 화두로 떠올랐다. 초기에는 고급 주상복합 위주로 실험되었지만 곧 중소형 아파트, 오피스텔, 심지어 일부 타운하우스 단지까지 확산되며 대중적인 주거 트렌드로 자리 잡게 된다. 2000년대 중후반에는 ‘로프트형’이라는 이름으로, 복층 구조를 간략화한 형태가 등장하기도 했고, 1인 가구 증가와 맞물리면서 도심 속 오피스텔에 많이 적용되었다.
설계 실험기, 다양성을 향한 첫걸음
복층 구조가 본격적으로 각광받기 시작하면서 건설사들은 다양한 시도를 감행했다. 1층과 2층이 개방형으로 연결된 구조, 천장 일부가 뚫려 있는 메조네트형 설계, 스킵 플로어(skip floor, 반 층 높이의 공간을 계단으로 연결) 등을 적용하며 개성 있는 공간을 구현하려 했다. 특히 도시형 생활주택이 등장하면서 작은 면적 안에 복층을 구현한 사례들도 많아졌는데, 이는 좁은 공간을 ‘넓어 보이게’ 만드는 데 효과적이었다. 이 시기의 설계 실험은 단지 공간 활용을 넘어 ‘거주자의 개입’을 허용하는 첫 단계였다. 예를 들어, 2층 공간을 서재나 침실, 작업실 등으로 자유롭게 꾸밀 수 있도록 구조가 설계되었고, 이는 기존 아파트의 획일화된 구조와는 분명히 다른 지점이었다. 이로 인해 복층 구조를 선택하는 이들은 단순한 주거 이상의 ‘자기만의 공간’을 갖는다는 만족감을 경험하게 된다.
실용성과 한계의 공존
하지만 복층 구조는 늘 이상적인 것만은 아니었다. 가장 큰 문제는 난방과 냉방의 비효율성이다. 층고가 높아지면서 여름에는 더운 공기가 위로 올라가고, 겨울에는 난방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 문제가 발생했다. 또한 계단을 중심으로 공간이 분할되기 때문에 실제 usable space(실면적)가 줄어드는 불편함도 있었다. 특히 고령층이나 어린 자녀가 있는 가정에게는 계단이 오히려 불편 요소로 작용해 대중화에는 한계가 있었다. 또한 1층에 주방, 욕실, 거실이 몰리고 2층에는 침실만 있는 구조가 일반적이었기 때문에, 생활의 흐름이 단절되는 느낌을 주는 경우도 있었다. ‘복층’이라는 단어 자체는 낭만적이지만, 실제로는 층 간 이동과 공간의 기능 분할이 사람마다 맞지 않는 경우도 있었던 것이다. 이 때문에 실거주보다 단기 임대나 투자용으로 선호되는 경우도 많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복층 구조는 여전히 많은 이들에게 특별한 공간으로 기억되고 있다. 개방감, 공간의 깊이, 그리고 높은 천장이 주는 분위기는 일반 아파트나 오피스텔과는 확연히 다르다. 특히 창이 높은 복층 구조에서는 빛의 유입도 훨씬 풍부하여, 작은 면적이라도 훨씬 여유로운 느낌을 준다. 이로 인해 여전히 복층 오피스텔은 1인 가구 또는 신혼부부 사이에서 꾸준히 수요가 있는 상품군이다. 건축가나 인테리어 디자이너들이 복층을 실험적인 공간으로 사용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다양한 소재와 가구 배치, 조명 계획 등을 활용해 공간에 이야기를 부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다시 복층 구조를 현대식으로 재해석한 ‘미니멀 로프트’나 ‘모듈러 복층’ 등이 소규모 건축 시장에서 부상하고 있어, 복층 구조는 여전히 진화 중이라 할 수 있다.
2000년대 복층 구조의 유행은 단순히 이국적 양식을 들여온 사건이 아니었다. 이는 ‘공간을 어떻게 쓸 것인가’에 대한 한국 사회의 고민이 시작된 첫 장이었다. 복층 구조는 기존의 평면적 사고에서 벗어나, 집을 수직적으로 바라보고, 계층적으로 나누며, 때로는 경계를 허물기도 하는 실험장이었다. 특히 이는 주거 공간을 기능적으로 나누는 데서 그치지 않고, 개성 있는 삶을 공간에 반영하려는 사람들의 욕구와 맞닿아 있었다. 물론 물리적 불편함과 비효율성이라는 현실적인 문제는 여전히 존재한다. 하지만 복층 구조가 보여준 가능성은 이후의 주거 트렌드, 예컨대 ‘맞춤형 주거’, ‘라이프스타일 중심 설계’, ‘수직 분리형 공간 구성’ 같은 흐름으로 확장되었다. 다시 말해 복층은 단순히 ‘층이 두 개’라는 개념을 넘어, 주거 공간을 입체적으로 사고하는 계기를 마련해 준 중요한 전환점이었다. 지금도 많은 건축가들이 복층 구조를 실험하고, 일부 1인 가구와 창작자들이 이 공간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소비하고 있다는 점은, 이 구조가 단지 유행으로만 끝나지 않았다는 증거다. 복층은 시대의 주거 실험 중 하나였지만, 그 안에는 ‘집을 나답게 만들고 싶다’는, 변하지 않는 욕망이 담겨 있었다. 이처럼 복층 구조는 주거 형태의 진화를 가속화한 상징적 이정표였으며, 이후 다양한 실험적 구조가 등장하는 기반이 되었다. 앞으로도 주거 공간의 재구성과 설계 자유도를 이야기할 때, 복층 구조는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분기점으로 기억될 것이다.